
구글 '안티그래비티'가 내게 던진 질문, 그리고 확신 없는 시작에 대하여
솔직히 고백하자면, 약간의 허무함마저 들었습니다.
지난 3달, 본업인 회사 일을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새벽까지 모니터 앞에 앉아있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혼자 기획하고, 코드를 짜고, "AI 기능을 넣을까 말까" 수십 번 고민하다가 덮어두었던 그 프로젝트. 오픈 소스로 공개해 봤자 지인들 몇 명만 "고생했다"며 눌러주는 '좋아요'가 전부였던, 외롭고 지지부진했던 나의 텍스트 RPG 게임 프로젝트.
그런데 구글의 새로운 AI 코딩 툴, '안티그래비티(Antigravity)'를 만나고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스텝에 맞춰 작업해 줘"라는 나의 요청에, 이 녀석은 거침없이 코드를 쏟아냈습니다. 내가 3달 동안 끙끙대며 쌓아 올리려던 아키텍처가 순식간에 눈앞에 실체화되었습니다. 오류? 버그? 그런 건 이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개발자인 나에게 코딩이 너무나 쉬워지고 편해져 버린 순간. 역설적이게도 나는 개발의 희열보다는 '그다음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손이 편해지니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이 기능을 어떻게 구현하지? 파이썬 라이브러리 뭐 쓰지?"를 고민하느라 시간을 다 썼다면, 안티그래비티 덕분에 나는 강제로 더 본질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발의 장벽이 무너지자, 비로소 '비즈니스'와 '고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코드를 짜는 '기술자'의 시야에서, 아키텍처를 그리고 가치를 고민하는 '기획자' 혹은 '창업가'의 시야로 강제 레벨업을 당한 기분입니다.
하지만 이 변화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이제 나는 개발자인가, 아니면 AI를 다루는 오퍼레이터인가?"라는 정체성의 혼란이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장벽이 낮아졌다는 건, 나뿐만 아니라 누구든 이 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미 시장에는 AI를 활용한 스토리 게임 서비스 '크랙(Crack)' 같은 선발주자들이 존재합니다. 내가 지금 만들고 있는 이 서비스가 그들을 이길 수 있을까요? 아니면 좁은 한국 시장을 넘어 바로 글로벌로 나가서 전 세계 사람들이 스토리를 만들게 해야 할까요?
아이디어는 넘쳐나는데, 그 어떤 것도 "이거다!" 싶은 확신이 없습니다. 다른 성공한 대표님들은 "사람들이 무조건 좋아할 거야"라는 미친듯한 확신을 가지고 시작한다는데, 저에게는 그런 확신이 없습니다.
오히려 "내가 잘하는 게 뭐지? 내 경쟁력은 뭐지?"라는 물음표만 가득합니다.
불안합니다. 내 코드가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이, 내 아이디어가 누군가에겐 흔한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렵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안티그래비티 덕분에 나는 '시작'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확신이 있어서 시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3달 동안 제자리걸음만 하던 내가, 이제는 불완전하게나마 세상에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속도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확신은 시작하기 전에 갖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면서 고객의 반응을 보고 쌓아가는 것이라 믿기로 했습니다.
개발자로서의 자존심보다는, 세상에 가치를 던지는 창업가로서의 마음으로. 비록 지금은 작고 불안한 시작이지만, 일단 저질러 보려 합니다. 하다 보면 흐릿하던 그림이 선명해지는 순간이 오겠지요.
오늘도 나는 AI에게 프롬프트를 던집니다. 코드를 짜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ps. 플러터 아이폰 16프로 실행이 안되 실행을 아직 못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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